낙후된 시설로 학생들의 원성을 샀던 건물들이 곧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낙후 건물로 악명 높던 홍보관이 새롭게 태어난다. 홍보관은 고대신문사와 KUBS 등 학내 주요언론이 위치해 있어 고려대의 ‘여의도’로 통했다. 학내외 물류 허브 격인 우체국이 있어 유동인구도 많다. 또한 정경대후문, 교양관, 서관, 학생회관, 국제관 등 주요지점으로 통하는 사통팔달의 목에 자리한 교통의 요지다. 그러나 중요성에 비해 시설이 낙후돼 원성이 자자했다. 무선 랜이 설치되지 않았고, 난방환경도 열악해 겨울엔 건물 내 학생들이 라디에이터가 있는 화장실로 추위를 피해 숨어들곤 했다.

시설부는 홍보관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 페인트칠만 새로 하는 등 동족방뇨식 임시방편으로 개량해 왔다. 이번 리모델링 계획 발표는 홍보관을 뿌리부터 뜯어고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첨단 공사 기법을 동원해 공사 기간도 최소화된다. 2학기부턴 변화된 홍보관에 들어갈 수 있다.

홍보관의 이름도 바뀐다. 학생들의 자치공간과 학내언론기관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시설부는 건물의 가칭을 ‘민주관’이라 잠정했다. 공사 기간에 건물의 새 이름을 공모한다.

홍보관 대신 지어질 새 건물은 24시간 개방된다. 최첨단 보안설비로 더 이상 밤에 문을 잠글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문과대의 한 학생은 “사범대 과방이 있는 사대분관은 24시간 개방인데 홍보관은 그러지 못해 항상 아쉬웠다”며 “이제야 우리 문과대 학생들도 과방에서 잠을 자거나 과방에서 밤새워 술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얼마 전 화마의 아픔을 겪었던 조형학부 건물 역시 대폭 개선된다. 새 건물의 가장 큰 개선점은 최첨단 소화 시스템이다. 조형학부에선 그동안 수 차례 화재가 일어났다. 난방장치가 구식 라디에이터이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새 건물은 스프링쿨러를 각 강의실과 교수연구실, 자치공간마다 한 대씩 설치했으며, 소화기와 모래함을 방마다 각각 두 대씩 비치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의 온도를 순간적으로 발화점 이하로 급랭시켜 주도록 신소재를 건물 자재로 사용하고 열 감지 센서를 내장시킬 예정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어떤 경우에도 소방차를 부를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새 조형학부 건물은 청결 관리 기능도 강화된다. 조형학부는 작품 작업 때 먼지가 많이 발생해 학생들이 기관지와 폐 건강을 위협받았다. 새 건물엔 자동으로 먼지를 분해시켜 주는 공기 정화장치가 강의실과 작업실마다 설치된다.

한편, 건물 디자인을 본교 조형학부 교우회에서 무료로 맡아 화제다. 조형학부 이기봉 학부장과 이윤영 학생회장은 “2009년에 우리 학부는 학부 탄생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성장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새 10년을 여는 이 시점에서 실력 있는 선배들이 건물을 디자인하신 교우회 선배님들께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공계캠퍼스도 공사 붐이다. 이공계 최악의 건물인 제2공학관이 석조건물로 바뀐다. 거의 컨테이너박스에 불과했던 제2실험관도 환골탈태할 예정이다.

제2공학관 신축에 대한 부정적인 눈길도 있다. 2009년 5월 고대신문 여론면에 ‘제2공학관을 위한 변명’을 기고한 건축학과 김현섭 교수는 “제2공학관은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큰 건물”이라며 “언젠가 제2공학관을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한다면, 그 가치를 음미하고 그 역사를 기록해 우리가 오랜 시간 가꿔온 기억을 보듬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교수의 염원에 따라 시설부는 제2공학관을 축소판 미니어쳐를 제작, 김 교수 연구실에 증정하기로 했다. 시설부는 “건축학적 가치에 주목하는 김 교수와 건축계 인사들의 뜻을 받들어 신축될 건물도 건축학적 의미와 가치를 갖도록 최선을 다해 공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제2실험관은 아예 본교 캠퍼스에서 사라진다. 제2실험관은 그야말로 컨테이너박스에 불과했다. 신축 공학관에 실험을 할 수 있는 첨단 강의실이 들어서면서 제2실험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터는 학생휴게실로 사용된다.

시설부 관계자는 “본교는 운초우선교육관, 석원경상관, 미디어관, 의학관을 짓는 등 학습공간의 물적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 건물을 짓고 있다”며 “쇠뿔도 단김에 빼랬듯 공사 붐이 한창일 때 아예 여세를 몰아 확 캠퍼스를 갈아엎어버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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