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이 본교 주변의 상권을 분석하고 어떤 변화를 거듭해왔는지 살펴보았다. 안암캠퍼스 주변의 상권은 크게 참살이길, 정경관 후문 지역, 정문 앞 지역, 구∙신법관 후문 지역, 안암로터리 부근으로 나눠진다. 참살이길 상점의 업종은 주로 식당과 술집이지만 상점이 다양해 현재 학교 주변에서 가장 붐비는 상권이다. 이에 반해 정문 앞 지역은 나날이 쇠락하고 있다. 허름한 술집과 식당, 슈퍼마켓이 전부이며 참살이길에 비해 유동 인구가 훨씬 적다. 학생들은 식사 시간대를 제외하곤 식당이 있는 정문 앞 지역을 찾지 않는다.

 

정문 앞에서 차를 먹고 막걸리를 마시던 시절

참살이길로 상권이 이동하기 전에는 주로 정문 앞과 안암로터리 쪽에 상가가 모여 있었다. 1980년대 참살이길은 일반 주택가 중에서도 중산계층이 많이 살았던 신흥주택가 주거지역 이었을 뿐 상가지역은 아니었다. 경제학과 72학번인 오정근(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당시엔 안암역이나 참살이길보다 정문 근처에 상권이 발달했었다”며 “분식집, 밥집, 다방, 서점이 대부분이었으며 특히 석탑서점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서어서문학과 83학번인 정효석 국제어학원 강사는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석탑다방은 저마다 추억이 있는 만남의 장소일 것”이라며 “석탑다방 옆으로 제기시장까지 이어지는 골목 골목에 고모집, 이모집 등 막걸리를 판매하는 선술집이 위치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 부근에 살아남은 막걸리집은 이제 고모집과 나그네파전이 유일하다.

1990년대 초엔 참살이길에 커피숍이 즐비해 있었다. 경제학과 95학번인 이주석 경제학과 강사는 “참살이길에 쭉 늘어선 커피숍에서 많은 미팅이 이뤄지곤 했다”고 말했다.

 

포화 상태에 놓인 참살이길

상권이 정문 앞, 안암로터리에서 안암역 부근 참살이길로 이동한 계기는 안암역이 개통하면서부터다. 2001년 안암역이 개통된 뒤 안암역 근처로 역세권이 형성되었고 안암로터리에 있던 상가들이 안암역 부근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김부성(사범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역사가 오래된 안암로터리 상권을 기반으로 안암역 개통과 자연계 캠퍼스 조성, 안암병원 설립은 기존 안암로터리의 상권을 안암역 부근으로 끌어오는 피드백 효과를 발생시켰다”며 “안암역 개통으로 참살이길이 교통의 요지가 되어 유입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안암역 부근과 참살이길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은 프랜차이즈 상점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금의 참살이길에는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 ‘올리브영’과 같은 프랜차이즈 상점이 위치하며 간판이나 내부 인테리어도 화려하다. 가정교육과 99학번인 유아미 통계학과 강사는 “지난 해 ‘이삭토스트’가 없어지고 프랜차이즈 악세사리점인 ‘OST’가 생겨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일어일문학과 93학번인 홍윤표(문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참살이길에 한 때 고급 커피숍인 ‘목신의 오후’라는 카페가 생긴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3000원에 커피값을 받자 ‘고대생은 이런 비싼 커피를 마시면 안된다’라는 학생들의 데모가 일어나 결국 다른 커피숍으로 교체되었다”며 “지금 같은 참살이길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참살이길의 변화에 대해 이주석 씨는 “남학생은 대체로 싸고 양 많은 것을 선호해 정대 후문에 있던 아욱꽃 같은 음식점이 주변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여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트렌드가 바뀐 것 같다”며 “분위기가 바뀐데엔 IMF위기도 한몫해 현재 주변 상권의 변화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리학 측면으로 봤을 때 참살이길은 더 이상 확장되기 어렵다. 참살이길 바로 옆쪽에 위치한 주택가로 상권이 확장되기에는 주택가의 길이 미로처럼 복잡하기 때문이다. 참살이길은 상가로 쓸 수 있는 면적이 다른 번화가에 비해 현저히 좁다는 것이다. 김부성 교수는 “상권뿐만 아니라 학교 측의 부지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상권과 학교 간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며 “만약 상권이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북촌 한옥마을처럼 아주 느린 속도로 상권이 주택가로 침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살이길 부근의 부동산 업소들도 “참살이길은 주로 고려대 학생들만 이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해 더 이상 확장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겉은 화려하나 실상은 어려운 참살이길

이처럼 안암역 부근과 참살이길의 중심 상권은 크게 발전했지만 상인들은 2004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안암역 부근과 참살이길 상점의 전체 손님 중 본교생이 절반 이상으로 단골 및 주요 고객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참살이길 상가들은 2004년에 비해 30% 매출이 줄어들었고, 전체 상점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 김응주 참살이길 상인회장은 “안암역이 개통되면서 상권이 확장되었지만 식당과 술집 등 비슷한 업종의 상점이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학교 근처 상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판매 가격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년 적자가 누적돼 많은 참살이길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어 하지만 가게 매매가 어렵기 때문에 5년 이상 버티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안암역 부근과 참살이길 상권 중 몇몇 프랜차이즈 상점을 제외하고는 ‘영철버거’와 ‘삼성통닭’의 영업실적이 괜찮은 편이다. ‘영철버거’의 성공과 마케팅 전략은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했다.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은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태도가 성공 비결”이라며 “나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고 고객을 진정으로 대하는지 고민했던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의 비주류 상권은

고려대역도 안암역과 같이 역세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안암역과 달리 침체되고 있다. 고려대역의 지난 4월 한 달동안 총 이용객은 2만 2759명, 안암역은 3만 1563명으로 고려대역이 안암역보다 이용객이 적다. 김부성 교수는 “안암역은 인문계캠퍼스와 이공계캠퍼스를 이어주는 지점이며 안암병원도 위치해 외부 이용객이 많으나 고려대역은 외부 이용객보단 인근 거주민이나 법과대∙사범대∙경영대생들이 이용하는 편이라 상권이 형성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경영대와 사범대, 법과대와 가까운 고려대역에 비해 접근성이 높은 중앙광장과 하나스퀘어에 상권이 들어서면서 고려대역 상권의 침체는 가속화되었다. 라이시움 1층에서 6~7년 간 ‘유니스토어’를 운영했던 윤성규 씨는 “중앙광장과 하나스퀘어에 상가가 생기고나서 이용객이 줄어들었다”며 “이러한 라이시움 상권의 불황과 외국인 수용 강의실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상가가 있던 1층이 강의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려대역과 가까운 법과대 후문 지역은 예전부터 상권이 발달하지 못했으며 지금은 원룸촌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법과대 후문에 있는 상점은 편의점 및 식당 10여 개가 전부이다. 사학과 78학번인 조명철(문과대 사학과) 교수는 “학창시절 법과대 후문 지역에서 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며 “그 당시 법과대와 사범대 뒤에 있는 후문이 없었기 때문에 법과대 후문 지역엔 인적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본교 내 상점들도 점차 증가하면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밥을 혼자 먹는 싱글족이 늘면서 교내 편의점 이용객도 늘어났다. 정경대 후문에 위치한 원앙부동산 관계자는 “참살이길이 최근 많이 발전되었지만, 학교 내에 상점들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부경 교수는 “상권들이 여러 조건과 환경에 의해 확장∙위축되겠지만 학교 주변 풍경을 고려해 상권 간 균형있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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