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지 기자  wow@kunews.ac.kr
구민지 기자  wow@kunews.ac.kr
                                                                   구민지 기자  wow@kunews.ac.kr
                                                  (사진= 구민지 기자  wow@kunews.ac.kr)

 

빨간색 줄무늬 티셔츠에 반바지. 예상보다 수수한 차림이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아니라 ‘대학생’ 김연아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제야 정신이 든다. ‘아, 같은 학번이지’. 다른 건 모두 잊고 고대생 김연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그녀 역시 표정이 밝아 보인다.

“아무래도 학교 신문이니까 긴장이 덜 되는 편이죠?”
“그런 것 같아요(웃음).”

얼마 전 더반에서 돌아 온 김연아 선수는 특별히 바쁜 일정 없이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휴식도 잠시, 이제 8월 초부터 열리는 아이스쇼 준비해야 한다는 그녀를 올림픽 선수촌이 있는 태릉에서 만났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정말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오전에는 개인훈련하고 오후에는 그동안 많이 못 봤던 가족, 친구들하고 시간 보내고요”

워낙 유명해서 외출할 때 많은 분들이 알아볼 것 같은데요
“물론 많이 알아봐주세요. 어렸을 때는 그런 것들이 좀 불편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많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사실 직접적으로 저한테 말을 건다거나 그런 분은 거의 없어요. 아무래도 운동선수다 보니 혹시라도 신경이 쓰일까봐 배려해주시는 것 같아요. 멀찌감치 사진을 찍거나 수군거리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편이에요”

‘더반’에서 했던 평창 홍보 발표가 큰 관심을 받았는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준비기간은 3주 정도였어요. 발표문은 준비단 측에서 작성해주셨고 저는 계속 반복해 읽으면서 연습했죠. 발음, 억양, 표정까지 하나하나 다 교정 받았어요. 확실히 연습을 하면 할수록 나아지더라고요. 발표할 땐 발표문을 다 외워서 했어요”

이번 평창 올림픽 유치로 인해 동계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 같은데
“선수 입장에서는 동계스포츠가 국가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점은 반길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로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는지 확실히 조사를 거쳐 지원해야 할 것 같아요”

피겨선수로서 가장 필요한 지원은 뭔가요
“빙상스포츠가 과거에 비해 많이 유명해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시설이 열악한 편이에요. 캐나다로 훈련을 하러 갔는데 한 건물에 링크장이 4개가 있는 곳이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하나라도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외국 같은 경우는 피겨 전용 링크장도 있고 선수들 위주로 운영돼요. 반대로 우리나라는 선수가 훈련하기 가장 좋은 시간에 일반인에게 개장을 해서 선수들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만 훈련할 수밖에 없죠. 저도 예전에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훈련한 적이 있어요”

김연아에게 고려대란
“사실 저는 학교생활을 많이 안하는데 신기한 게 어딜 가도 고려대 선배님들이 항상 계시더라고요(웃음). 이번에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 할 때도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 뵀는데 인사하실 때마다 ‘내가 고려대 몇 학번 선배야’하시면서 많이 챙겨주셨어요. 그때마다 나도 고대생이라는 자부심을 느껴요”

학교 수업도 몇 번 들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땠나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하다가 수업을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근데 수업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길어 힘들었죠(웃음)"

학교에 올 때마다 이목이 집중되곤 하는데
“수업 들을 때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고 이러지 않아요. 그런데 중앙광장으로 한 번 밥을 먹으러 갔는데 금방 학생들이 몰려서 조금 당황했었죠. 학교에 올 때마다 소란피우는 것 같아서 교수님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에요”

레포트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나요
“아무래도 수업을 안 듣고 레포트를 쓰려고 하다 보니 많이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근데 정말 억울한 건 다른 사람이 제 대신 레포트 작성을 해준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건 정말 억울하고 섭섭해요. 저도 나름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열심히 쓰려고 노력하거든요. (옆에 있던 매니저를 쳐다보며) 진짜죠?”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들었어요
“아직 술맛을 잘 모르겠어요. 주량이 맥주 2잔이에요. 아, 고려대가 막걸리로 유명한 건 알고 있어요(웃음). 아직 마셔본 적은 없는데 전해 내려오는 얘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부어라 마셔라.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그래, 운동만 하길 잘했어’하고 위안을 삼아요(웃음)”

꿈꿔왔던 대학생활이 있을 것 같은데
“꿈은커녕 그냥 평범한 대학생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정말 평범하게. 다음 학기가 3학년 2학기에요. 내년이면 4학년인데 졸업 전에 대학생답게 조용히 공부하면서 학교 다니는 게 목표에요”

2009년에 입학하자마자 학교가 ‘고려대가 김연아를 낳았다’라는 광고를 냈었죠
“저도 본적 있어요(웃음). 저도 신문보고 알았는데 옆에서 같이 신문을 보시던 엄마가 ‘내가 낳았지 무슨 고려대가 낳아’라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저희는 그냥 피식 웃고 넘겼는데 생각보다 논란이 커져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김연아 선수를 롤모델로 삼는 꿈나무들이 많은데 부담스럽진 않나요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제가 어렸을 때 미셸 콴 선수를 좋아했듯이 어린 선수들이 저를 좋아해주니까 고맙죠. 열심히 하는 모습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 것 같은데
“제가 지금까지 한 15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는데 힘든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피겨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측은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하지만 어떤 일이든 쉬운 게 없으니까요”

스포츠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던데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운동을 할 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심리적인 요인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나쁜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잘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성격이에요. 운동선수를 하기에 딱 좋은 성격이죠. 하지만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이 봤어요. 나중에 그런 선수들을 돕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죠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체조경기장에서 아이스쇼를 할 예정이에요. 늘 아이스쇼에서 새로운 컨셉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이번 아이스쇼에서는 ‘키스앤크라이’ 우승팀과 함께 공연을 해볼 생각이에요. 아이스쇼가 끝난 후에는 아마 미국으로 훈련을 갈 것 같아요”

같은 또래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 역시도 현재를 중요시 하는 성향이라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나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저를 포함한 대학생들이 단순히 현재만 바라보는 게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 위대용 기자 widy@kunews.ac.kr
       글 | 김정훈 기자 hoon@
    사진 | 구민지 기자 wow@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