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마저도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이때, 자본에서 자립해 스스로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소규모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인디 밴드 ‘밤샘해적단’의 베이시스트이자 자립음악생산조합 총무인 장성건(경희대 신문방송05) 씨를 만나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립음악생산조합(조합)’은 어떤 곳인가
음악 공동체이면서 음악 활동에 필요한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경제 공동체’로,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수단은 공연장과 공연 장비, 기획자, 스텝 등을 말한다.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인디 밴드는 전체 대비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조합에 속한 대부분은 무명의 인디 밴드들이다. ‘자립’이란 자본에서의 자립으로, 자생적으로 시작하는 많은 음악가들은 공연 인프라 등을 마련할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도 누구나 경제적인 구애를 받지 않고 음악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조합의 목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조합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총동아리연합회(총동연)가 함께 운영하는 한예종 총학생회 건물 지하의 대공분실을 공연장소로 제공하고, 공연을 직접 기획한다. 또한 앨범을 만들 때 50만 원씩 대출을 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1년 내에 110%(55만원)로 상환하면 되는데, 아직까지 상환하지 못한 경우는 없다. 그리고 올바른 자립음악보급 일환으로 조합원들에게 음반 기획과 공연 기획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예술펑크학교(펑크학교)’라는 청소년 중점 사업도 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PC방이나 노래방에 가는 정도 외에는 놀이 문화가 별로 없다. 음악을 매개로 이들과 창조적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조합은 장소만 제공하고, 조합원들이 강사로 나서 청소년들과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 | 조은지 기자 linea@

- 이와 같은 활동을 하려면 수익구조가 필요해 보인다
조합 운영비는 합동공연 수익과 장비대여사업으로 마련하고 있다. 조합의 장비 대여는 비조합원도 가능하며 대여비를 일반 가격보다 훨씬 낮춰서 받고 있다. 작년에는 정치단체에서 많이 빌려가기도 했다. 지난해에 총 3500만 원 정도를 벌었는데 그 중 3200만 원 정도가 장비 유지비와 공연 인건비로 나갔다.

- 수익 배분율을 정해 인건비를 지불한다고 들었다
조합에서 하는 공연 기획의 경우 참여 뮤지션과 기획자, 스텝에게 조합에서 정한 수익 배분율에 따라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가난뱅이의 역습>이란 책을 쓴 작가 마쓰모토 하지메가 운영하는 ‘난또까Bar’라는 가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게는 매일 점주가 바뀐다. 점주는 가게 소유주인 마쓰모토에게 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한 후에 하루 동안 원하는 장사를 하고 매출을 가져간다. 먼저 수익 배분을 정해놓고 일을 한다는 개념이 좋아서, 조합에서도 수익 배분율을 정해 수익을 뮤지션, 기획자, 스텝, 대공분실의 운영위원회에게 배분한다. 대공분실 운영위원회는 그 수익을 공연장의 장비 유지에 쓰고 있다. 그동안 공연 문화계 전반적으로 수입 배분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는 것에 공감했다. 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때로는 클럽주가 수익을 다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기획자의 경우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 소규모 음악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재 예술인 복지법이나 저작권법 같은 굵직한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 조합의 인디 밴드 같은 소규모 예술인들은 그런 문제들에 해당되는 사항이 별로 없다. 인디 밴드의 예술인 경력을 인정받기가 힘들고, 저작권의 경우에도 보호받는 일이 매우 드물다. 당장 소규모 예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을 할 환경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거시적 사안들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해 우리 같은 협동조합을 지원해준다던지 하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지금까지는 임의단체였는데 올해 12월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 정식 협동조합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임의단체라 CMS 개설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개설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라 있다. 3월부터는 조합원 회비도 걷고, 조합원도 더 받아서 조합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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