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과학대학 학생들이 2015년 하나과학관으로 이전을 마쳤지만 단과대 학생회실을 제외한 학생자치공간을 하나도 배정받지 못했다. 보과대 소속 4개 학부의 학생회실(과실)과 동아리방(동방)은 하나도 없다. 아산이학관을 사용하는 이과대학 역시 각층 휴게실을 과실로 사용할 정도로 학생자치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생들은 공간 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치공간 부족한 보과대와 이과대
▲ 총 9층의 규모로 지어진 하나과학관에 학생자치공간은 지하 1층의 학생회실 단 한 곳이다. 사진|서동재 기자 awe@

정릉캠퍼스에서 독립된 학생회관을 갖고 있던 보과대 학생회(회장=김병기)는 하나과학관으로 이전하며 단 한 곳의 자치공간만을 배정받았다. 보과대 학생회는 학생과의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자치공간 축소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자치공간 배정 논의 당시 학생회장직을 수행한 서연주 보과대 전 학생회장은 “원래는 20평의 공간을 배정받는다고 들었다”며 “다음 학생회로 넘어가는 선거 도중에 13평으로 자치공간이 축소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병기 보과대 학생회장은 “자치공간이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과대 4개 학과는 아산이학관 각 층의 휴게실을 과실로 사용해 문과 벽이 없는 상태다. 곽두원 이과대 학생회장은 “공개된 공간의 특성상 보안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소방법상 전열기구의 반입도 불가능해 추위와 더위에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엄덕준(이과대 수학14) 씨는 “과실이 독립된 공간으로 규정되지 않아 콘센트와 소화기 등이 비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자치공간의 필요성은
보과대의 각 학부는 과실이 없어 소통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셈이다. 이현승(보과대 보건환경13) 씨는 “공강 시간에 휴식할 공간이 없다”며 “하나과학관으로 이전하며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병기 보과대 학생회장은 “현재 확보된 자치공간으로는 각 학부 학생회의 회의 공간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자치공간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여건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강의실과 연구 공간 등을 확보하다 보니 자치공간을 배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시설부 김흥덕 과장은 “보과대가 기존 정릉캠퍼스보다 절반 이하의 면적을 지닌 하나과학관으로 이전하며 부득이하게 학생자치공간을 축소하게 됐다”며 “보과대가 안암캠퍼스로 이전한 만큼 학교 내의 다양한 휴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간 배정 과정에 학생 참여해야
본교 건물의 공간배정은 공간관리위원회를 통해 진행돼야 하지만 사실상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단과대 내부의 논의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 본교 학칙은 ‘공간배정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시설부를 공간배정의 주관부서로 두며 행정대외부총장, 관리처장, 기획예산처장, 총무처장, 산학협력단장 및 직원 5명으로 구성되는 공간관리위원회(위원회)를 통해 공간배정을 의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과학관과 미래공학관의 공간배정을 논의할 때 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았다. 시설부 박순홍 주임은 “공간관리위원회는 공간 배정을 두고 본교 기관간의 대립이 발생할 때 꾸려진다”며 “신축 건물은 해당 건물에 입주하는 단과대 학사지원부의 요청을 토대로 공간 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된 하나과학관과 건설이 진행 중인 미래공학관의 공간 배정 논의에 학생 측 대표는 참여하지 않았다. 서연주 전 보과대 학생회장은 “공간 배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공식적으로 들은 바가 없었다”며 “학생들은 결정된 사안만 통보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과대 학사지원부 조경남 씨도 “미래공학관의 공간 배정을 논의하는 건축위원회에 학생들이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공간 배치를 논의할 때 학생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수와 학사지원부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만 통보받는 현 상황으로는 자치공간의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은진 보과대 부회장은 “학생들이 관련 회의에 참여할 방법도 없고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도 없다”며 “회의에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된다면 자치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논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공과대 학사지원부 조경남 씨는 “학생회가 관련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