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대 동아리연합회(회장=김근우, 동연)가 16일 학생회관에 자보를 게시해 성폭행 미수 행위를 저지른 전시창작분과장 이 씨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자보가 부착된 후 후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가열된 취재로 동아리 관계자와 학생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이로 인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언론의 접근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동연, 회원자격 박탈해
피해자는 1월 말 같은 동아리 부원인 이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3월 초 동아리 회장에게 알렸다. 이후 해당 동아리의 임원진은 의결을 거쳐 이 씨를 회원에서 제명했다. 김근우 동연회장은 “동아리에서 이 씨의 제명을 의결하면서 동시에 동연 전시창작분과장 직위도 같이 해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양성평등센터로 접수돼 현재 조사위원회에서 사건을 검토 중이다. 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에 따라 가해자의 징계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학생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정민 양성평등센터 상담사는 “조사위원회에서 사건 관계자의 증언과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사건을 확인하고 있다”며 “신고내용이 사실로 밝혀지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학칙에 의거해 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우 동연회장은 “조사의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동연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취재 이어져
동연 관계자들은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일부 기자들이 부적절한 태도에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19일 학생회관 주변에서 취재를 벌인 기자는 50명에 달한다. 피해자가 소속된 동아리의 회장은 “기자들이 동아리방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강의실까지 쫓아갔다”며 “동아리 신입생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해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취재를 진행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박지혜 동연 홍보국장은 “나의 신상을 알고 있는 한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추측성 기사를 쓰며 네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협박했다”며 “가방을 빼앗아 마음대로 열어보려는 것을 제지하자 화를 내는 기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무분별한 취재 태도는 사건 관계자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근우 동연회장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취조하듯이 사건을 캐묻는 등 기자들의 취재가 도를 넘고 있다”며 “피해자를 비롯한 관련인물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이어지자 여학생위원회(회장=다운, 여위)는 19일 전국 언론사에게 공문을 발송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여위는 공문에서 “피해자가 이번 사건을 공개한 이유는 본교가 성폭력에 대해 민감해지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언론은 피해자의 의도와 달리 취재과정에서 폭력적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여위는 이어 “피해자는 현재 상황에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기사 작성을 중단하고 기사를 내려달라”고 했다.
2차 피해를 낳는 취재태도
민감한 사건을 잘못된 방식으로 취재하면 피해자와 주변인들이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최기홍(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는 굉장히 불안한 심리상태에 놓이게 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게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이용당하게 되면 2차 트라우마로 이어져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털기’에 급급한 성폭력 보도는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노정민 양성평등센터 상담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이나 성폭력의 구체적인 내용 등, 자극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보도는 사람들에게 성폭력은 ‘특수한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폭력이 벌어지는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것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올바른 보도”라며 “취재 과정에서도 사건 관계자를 보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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