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본교 개교 1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지만 어느 때보다 대학의 기능을 두고 잡음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학사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서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빈번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본교는 올해부터 교육부총장과 연구부총장이라는 새로운 직제를 도입하는 등 대학 본연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수원 연구부총장과 이남호 교육부총장을 만나 대학의 현실과 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 올해 처음으로 교육부총장제가 도입됐습니다. 교육부총장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고려대학교라는 거대한 조직은 교육, 연구, 행정 및 경영으로 삼분된다. 교육부총장은 이 중 교육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부총장은 교무처, 학생처, 입학처를 관리하며 신입생의 선발과 재학생의 교육, 교수의 연구지원 등을 총괄한다. 또한 여러 부속기관에 존재하는 교육과 관련된 부분까지 담당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교육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감을 지니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

▲ 사진 | 장지희 기자 doby@

- 왜 ‘한국의 대학들이 교육에 대한 임무를 다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대학들이 시장과 기업의 논리에 이끌려 다니며 대학 본연의 것들을 너무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학이 본질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자율적으로 진리를 탐구하고 가치를 생산하도록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의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한 것은 맞다. 하지만 대학교육은 장사가 아니다. 학과 통폐합에 마치 기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모습이 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변화는 대학의 본질을, 대학의 역할을 되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대학의 역할은 사회가 움직여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래는 어떤 가치를 통해 어떤 삶을 사는 사회일까. 대학은 이런 것들을 교육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대학은 진리의 지평을 열어나가고, 사회는 이 지평 속에서 여러 결실을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학, 나아가 한국 사회의 지평은 고려대가 열 수 있다. 고려대학교가 대학 본연의 책무를 시대에 맞게 재조정한다면 다른 대학은 물론 한국 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는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보편적 가치를 내재한 고대정신의 발현으로 이뤄질 수 있다. 고대정신은 고려대 역사 속에서 형성된, 고대 특유의 지향이요 태도다. 이는 당장의 현실적 요구가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그리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학생들이 고대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그런 가치를 배우다 보면 고대정신은 저절로 형성될 것이다.”

-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목표와 발전계획이 있으시다면
“총장께서도 여러 차례 본교의 발전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신 바 있다. 교육부총장으로서 총장의 발전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보다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할 것이다. 3무(無)정책, MOOC, Flipped Learning 등은 대학 본질의 회복이라는 본교의 교육철학과 시대의 변화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책이다. 우선 이 정책들을 한 두 학기 안에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다. 가시적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초교양교육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학생의 요구를 고려한 교육방향을 설정하려 하고 있다. 학생들이 최근 교육환경개선운동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학교가 나아가는 방향과 학생이 원하는 방향이 일치하지 못한다면 결코 올바르게 발전할 수 없다. 학내 구성원이 합당한 양식과 식견, 그리고 사고에 따라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학교는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가 과도하게 이상적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없는지도 검토하겠지만, 최대한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생의 요구를 현실화시키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 본교 구성원에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아무리 좋은 집도 바탕이 튼튼하지 못하면 사상누각이 된다. 고려대학교의 발전은 대학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 참여와 협조, 그리고 지지 속에서만 굳건하게 실현될 수 있다. 앞으로 모든 고대 가족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을 지니게 되는 고려대의 분위기를 구현하고자 한다. 총장 이하 저를 포함한 모든 보직자가 고대 가족 모두와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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