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자 대학가 도서 불법복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공도서 복제의 불법성을 인지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학생들이 교재비 부담을 줄일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지면복사를 넘어서 그 양태도 다양해지는 상황이다. 관련 법에선 해당 시점에서 출판되거나 저작권이 소멸하지 않은 책에 한해 전체 쪽수의 10% 이내에서 복제를 허용하고는 있다. 그 이상의 복제는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사적 복제’에 해당하지 않아 형법상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있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지면복사를 넘어 스캐닝으로

교수, 학생 그리고 복사업체 종사자까지 전공서적 복제가 불법이라는 인식은 많이 확산돼있다. 안암캠퍼스 중앙도서관 1층 ‘카피나라’ 업주는 “학생과 교원들이 저작권법을 의식해 다량복제와 전권복제 의뢰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며 “우리도 의뢰받은 서적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인지 먼저 확인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그 서적의 10% 이하만 복사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교 주변 복사업체를 대상으로 전공서적의 전권복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하자 8곳 중 4곳에서는 문의한 도서에 대한 정보 요구나 추가적인 질문 없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문체부 저작권보호센터가 제공한 ‘고려대학교 인근 복사업체 단속통계’에 따르면 도서 불법복제 적발 건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1건에서 22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본교 인근의 불법복제 적발 건수가 증가하는 데는 지면복사 형태의 기존 불법복제뿐 아니라 스캐닝 등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불법복제가 단속통계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복사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은 인터넷 게시물이나 PDF파일 판매업체 등을 통해 구한 PDF파일을 직접 복사업체의 인쇄기로 출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법복제의 단속 대상인 북스캔 업체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북스캔은, 서적을 스캔하여 파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문체부 저작권상담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PDF 파일을 가져와 출력한 뒤 바로 PC상의 증거를 삭제하는 경우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복사업체 ‘다큐프라자’ 최민규 사장은 “학생들이 직접 구해온 파일을 출력할 때가 많아 이를 확인하고 막을 방안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특별사법경찰 역시 불법 스캔업체에 대한 기획수사와 단속을 실시하지만 증거의 삭제가 쉬워 단속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식개선’만으로는 부족해

학생들은 학기마다 겪는 교재비 부담으로 인해 불법복제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교재비가 부담돼 여러 번의 부분복제를 통해 복사본을 만든 경험이 꽤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중요한 전공과목이 아닌 경우에는 교재를 한 번 밖에 보지 않아 정가를 주고 구입하기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불법복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작물 복제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신탁사업팀 송재학 팀장은 “대학가에서 암암리에 일어나는 불법복제를 모두 단속할 수 없기에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인식의 개선 만으로는 불법복제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김하겸(문과대 사회15) 씨는 “학생들이 느끼는 교재비 부담으로 인해 불법복제가 계속되는 것 같다”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내외의 통로로 교재비 부담 줄여

일부 학생들은 교재 사용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각종 통로를 활용한다. 본교생 커뮤니티 고파스의 ‘헌책방’ 게시판에는 8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9일 동안 교재 구매를 희망하는 글이 66개, 판매 글이 275개 올라왔다. 아이디 ‘Axisofevil’를 이용하는 학생은 “‘헌책방’을 통해 낮은 가격에 도서를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장터’, ‘북찜’, ‘노란북’ 등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중고도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북장터’에서 중고도서를 판매한 경험이 있는 A(사범대 역교13) 씨는 “이중전공 수업에서 사용했던 교재였는데, 지인 중에는 그 교재가 필요한 사람을 찾기 힘들어 북장터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북장터’ 설립자 최병욱(남·29) 씨는 “대학생이던 시절 스스로 번 돈으로 전공서적을 구매했는데 많은 부담이 됐다”며 “누군가가 중고도서 거래의 장을 만들면 전국의 대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생활복지국에서는 전자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서관에 비치된 전공서적의 수가 학생들의 수요에 미치지 못해 기획됐다. 김채연 생활복지국원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603개의 전자책 희망도서 목록을 수합했으며 이를 본교 도서관 운영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정(공과대 화공생명15) 씨는 “책을 중고로 거래하거나 전자책의 형태로 대여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면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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