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던 ‘인권축제 모다깃비’로 민주광장엔 각종 부스가 들어섰고, 등나무는 검은 천막을 입었다. 록 밴드 ‘저수지와 딸들’은 이름과 달리 남성들이 무대를 장악했다. 잔잔한 음색으로 민주광장을 뒤덮은 인디뮤지션 요조의 무대도 있었다. ‘모다깃비’는 ‘모두’를 위미하는 ‘모다’와 ‘기쁘게’를 뜻하는 ‘깃비’를 합성한 말로, ‘모두 기쁘게’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번 축제가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모두가 기쁘도록 한 계기가 됐을까.

▲ 사진l 유민지 기자 you@

함께 인권을 고민하다

이번 축제는 학생이 참여해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첫째 날 민주광장 무대 아래에 깔린 레드카펫에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모델들이 자신의 패션을 뽐낸 패션쇼 ‘Coming Out of the Closet’도 그중 하나였다.

전신을 분홍색 옷으로 뒤덮은 모델은 남성이었고, 검은 양복을 빼입은 모델은 여성이었다. 도트 무늬의 치마를 펄럭이며 걸어오는 남성 모델 이승현(생명대 환경생태14) 씨는 “치마를 입으라고 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은 패션을 남성성과 여성성의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성 역할을 깨는 것이 패션쇼의 취지라고 전했다. 패션쇼를 본 조애나(대학원·미디어학부) 씨는 “남자와 여자가 저렇게 입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축제 마지막을 장식했던 목로주점은 ‘목요일에 노동자와 함께하는 주점’으로,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술자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미화 노동자 김삼순(여·57) 씨는 “학생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고 노동자가 있어야 학생이 있다”며 “서로가 마음을 알자는 좋은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노란 불빛 아래 소소한 담화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권축제를 맞아 유명 연사들이 본교를 찾기도 했다. 축제 기획을 맡은 박세훈 안암총학 사회연대국장은 “인권축제인 만큼 다양한 내용과 그에 맞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짧은 시간에 많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강연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다깃비의 첫 연사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7일, 시대를 살아가야 할 청년들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청년 배당제를 내세운 그는 “현재 가장 도움을 받아야 할 세대는 청년이기에 정부는 청년들에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며 “누구든 사회가 만들어낸 소득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으므로 청년 배당은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연사는 한국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이 맡았다. 그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결혼의 선례가 돼 이성애자에겐 동성결혼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동성애자에겐 결혼을 꿈꿀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동성혼 혼인신고 재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한편으론 아쉬웠던 축제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공연과 대화의 시간은 많았지만, 민주광장에 설치된 무대 앞은 휑했다. 시험이 가까운 시기에 진행된 축제인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축제 홍보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안소현(정경대 정외14) 씨는 “홍보 포스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본 적이 있지만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동아리 리베르타스의 김나영(정경대 경제12) 씨는 “인권 축제 자체에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더 흥미로운 요소를 첨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양성평등센터가 주최한 부스는 ‘양성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양성평등센터는 ‘양성혐오, 몇몇 미꾸라지가 웅덩이를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판넬을 걸었다. 판넬에는 ‘일간베스트’와 ‘메르스 갤러리’ 사이트 이름이 적혀있었으며 ‘양성혐오’가 생기는 원인을 묻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7일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에서는 양성평등센터 판넬의 ‘양성혐오’라는 단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반순웅(문과대 언어12) 씨는 “여성혐오에 대한 저항으로 사용한 메르스 갤러리의 '미러링'을 '남혐'으로 매도하고 이를 '여혐'과 동일선상에 놓은 뒤, '양성혐오'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여성혐오가 만개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세훈 안암총학 사회연대국장은 “인권축제인 만큼 더 깊은 고민과 다양한 생각이 담겼어야 했는데 배려가 충분치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암총학 축제 기획단은 추후 양성평등센터에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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