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이 열리게 됨을 알립니다.  고려대학교 붓글, 그림 동아리인 書畵會와 그 졸업생들의 모임인 虎美會 공동 주최로 금년 8월 31일 부터 9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신관 전시장에서 열리게 됩니다.

금년은 민족의 힘으로 민족의 꿈을 가꾸어온 민족의 보람인 우리 母校 高麗大學校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이 뜻 깊은 해에, 1961년 창립 이래 고려대학교의 예술혼을 묵묵히 지켜온 書畵會와 그 졸업교우 모임인 虎美會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高大美展을 개최하여 高麗大學校 개교 100주년 잔치에 동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금번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은 회고적인 성격을 가미하여 보다 대규모의 행사로 준비되었습니다.  

가슴은 열대(熱帶)인데 결론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국은 개평꺼리냐, 우리는 贖罪羊이냐, 그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셨는지요.  知性과 野性이 숨쉬는 高麗大學校에 感性을 불어넣는 書畵會, 虎美會의 예술혼이 이어져 왔다는 것을...   書畵會는 1961년에 창설되었으니, 금년으로 마흔 다섯의 적지 않은 나이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書畵會는 붓글과 유화 · 수채화를 위주로 취미활동을 하는 동호인의 동아리입니다. 

그 힘들던 시절, 배고프던 시절에 선배들이 書畵會를 이 땅에 펼친 뜻은 작게는 자아의 아취(雅趣)를 가꾸기 위함이요, 보다 크게는 고려대학교, 나아가 이 나라 딜레땅뜨의 아취를 가꾸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 졸업생들의 모임인 虎美會는 1972년 결성되어 지금도 월례모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書畵會를 거쳐 간 몇몇 교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누구나 알고 있을 호상비문.  왜, 알지요,  민족의 힘으로 민족의 꿈을 가꾸어 온 민족의 보람찬 대학이 있어...  그 글씨를 남긴 분은 書畵會 3대 회장을 지낸 바 있는 午川 李光範 선배(농경61)입니다. (호상이 1964년 건립되었으니, 호상비문의 글씨는 선배의 재학 4학년 당시의 글씨입니다).  또한 권태영(철학60), 문영렬(임학62), 김진익(사학64), 윤병조(임학65) 선배 등은 이 나라 書壇의 대표적인 작가들입니다.  또한 계원조형예술대학의 이영철(사회76) 교수,  '木手展'으로 독보적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진송(국문78) 교우 등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는 書畵人들입니다.  이외에도 무수한 ‘얼굴’이 일상의 분주함속에서 정성으로 일구어 낸 그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書畵會 초대 회장을 지낸 백남해(경영58) 선배를 필두로 2005학번 아기호랑이들에 이르기까지 붓글 70여점, 유화 · 수채화 · 크로키 70여점의 작품이 선보입니다.

 백남해 선배는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을 맞는 심정을 이렇게 토로(吐露)하고 있는 것입니다.  “후배들아,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고려대학교 개교 100년에 서화회창립 45년이라.  솟구치는 정열과 어울림으로 이어져 온 세월이. 안암골 본관 꼭대기 다락방에서 태어나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고대 서화회, 호미회로 번져 선후배들의 끈끈한 정과 사랑으로 열매되어 어느덧 45년이라.  태어나서 가난부터 배우기 시작한 세대.  태어나서 우리말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인터넷에 더 길들여진 세대들이 한데 어울려 꿈을 먹고 사는 동네를 이루어, 묵향기 그윽한 서실에서, 꽃그림 가득한 화실에서 우리는 함께 생활하고, 함께 젊음을 노래하고 춤추면서 어언 45년이라.  화가가 아니라도 우리는 그림을 그렸고,  서예가가 아니라도 우리는 붓을 들었지.  그래서 모아지면 봄철 개교 기념일에 한번쯤 얼굴을 내어 밀었지. 일년에 한번도 모으고,  일년에 두번도 모아 벌써 여든 두번째 잔치라. 후배들아, 당신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2005학번 새내기인 고여림(불문05) 후배는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을 맞는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화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 해에 곧바로 개교 100주년 기념 고대미전에 작은 부분이나마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주어진 커다란 행운이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화회와 맺은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훗날 이곳에서의 추억을 자랑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많은 추억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백년만의 무더위를 놓고 떠들썩했던 올 여름도 다 가고 벌써 가을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곧 겨울이 찾아오겠지요.  겨울의 동아리방은 매우 추울 것입니다.  하지만 서화회에서는 따뜻한 인정과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인한 온기 덕분에 아무리 매서운 추위에도 난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분주한 세상에 書畵會, 虎美會 구성원들의 이러한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세상살기'가 균형 잡히도록 애쓰는 모습 아닐까요?  '거친 삶에 거듭 물대기'가 아닐까요?  書畵會, 虎美會에 취하여 30년 성상(星霜)을 살아 온 書生으로서 母校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을 앞두고 이 글을 쓰고 보니, 어느 詩人의 詩구절 마냥 '휘파람을 불며 오는 狂氣 견딜 수 없는 香氣'가 온몸을 휩싸고 도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공들여 마련된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에 江湖諸賢의 애정어린 관심과 완람(玩覽)을 바랍니다.  8월 31일, ‘개교 100주년 기념 高大美展’이 시작됩니다. 

최 종 후 (과학기술대학 교수, 정보통계학,  前 虎美會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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