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금) 개교 101주년 기념행사에서 어윤대 총장의 기념사 도중에 학생들이 징계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일(금) 개교 101주년 기념식이 진행되는 도중, 징계자 위원회 및 징계를 반대하는 50여명의 학생들이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시위는 오전 10시 30분 개교기념식의 개회와 함께 시작됐다. 징계자 위원회 및 징계반대 학생들은 어윤대 총장및 학교 귀빈들이 입장할 때 북을 치며 징계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그 후 교우들에게 시상하는 행사 도중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현승종 본교 재단 이사장이 단상에 올라오자 학생들의 구호는 다시 시작됐다. 징계자 위원회및 징계 반대 학생들은 ‘출교조치를 철회하고 대화를 하자’는 요지의 구호를 외치며 북을 치기 시작했다. 시위가 시작되자 당황한 현 이사장은 축사를 빨리 마무리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시위는 어 총장이 기념사를 낭독하는 과정에도 이어졌다. 시위가 이어지자 몇몇 교우들이 시위자들에게 다가가 시위를 하지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일어났다. 시위 학생들의 확성기를 뺏으려는 교우들과 뺏기지 않으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약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개교기념식이 끝날 무렵, 허은도 법대교우회장이 ‘4월 5일 교수감금 사건에 대한 <고려대학교 가족 일동>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학생이 스승을 장시간 불법 감금한 행동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모교 100년의 역사상 초유의 일로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지난달 5일 본관 시위 사태를 주도한 학생들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이어서허 법대교우회장은 학교의 징계 처분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교수들이 학생들의 과격시위나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그때마다 잘잘못을 가려 교권을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출교자중 한 명인 강영만 씨는 “출교 이후 총장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대화 기회가 없었다”며 “일부 교우들이 우리에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우리의 목적은 그런 교우들보다 총장에게 항의하고자 하는 바가 더 컸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이어 “총 민주동문회 같은 경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시위를 바라보는 교우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담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송덕호(사학과 60학번)씨는 “아무리 옳고 정당해도 이런 방식은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다”며 출교자들의 시위를 비판했다. 이재호(심리학과 62학번)씨도 “시위에도 질서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학교 행사 진행 중의 이런 행동은 교우들의 여론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우는 “아무리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도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기수(의과대 의학04)씨는 “과연 이런 방식으로 주장이 관철될 수 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시위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행사장에서 침묵시위를 하던 총학생회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총학생회 정책국원을 맡고 있는 고성원씨는 “공개적 침묵시위를 제의했지만 징계자 위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런 방식이라면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박상하 공과대 학생회장 또한 “뭔가 이슈를 만들기 위한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일과는 아무 관련없는 선배들에게까지 피해를 준 일이었다”고 규탄했다.

김동원 설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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