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사건과 학생 징계에 관한 문과대학 교수들의 입장

지난 4월 5일 고려대학교 본관에서는 처장단의 출입을 통제하는 학생들의 과격행동이 있었고 이에 대해 학교 당국은 주동 학생들의 출교 처분을 비롯한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그 후 50여 일이 지났고 사태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지만 교내 구성원 누구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데 대해 우리 교수들은 100년 고려대학 역사 앞에 참으로 부끄럽고 통절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대부분의 교수들은 사건의 진상과 징계의 과정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자칫 의도하지 않은 학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한편 지난 한 달 간 출교 대상 학생들의 소속 학과 교수들은 사태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징계 대상 학생들에게는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 처장단과 학교 구성원 전체에 대한 정중한 사과를 요구했으며, 교무위원들에게는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교수들은 처장단 출입통제 상황과 징계 결정과정에 대한 양측의 진술을 비교적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지성적이어야 할 대학 구성원으로서 부적절한 언동을 보였으며, 처장단 역시 학교 행정의 담당자이자 교육자로서 사려 깊게 처신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는 사건 당시 본관의 상황이나 사후 결과로서의 징계 수위에 관해 논의를 더하기 보다는 이 사건과 관련된 절차상의 문제에 주목하며 이번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선 학교 당국의 급속하고도 강경한 징계 결정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학교 행정의 비민주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고려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병설보건대학의 통합과정이 양교의 구성원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됨으로써 학내 분규의 단초를 제공한 점.
둘째, 단과대학 교수들의 동의를 거쳐야만 하는 기존의 학생 징계 규정을 교수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학교 당국이 일방적으로 바꾼 점.
셋째, 4월 5일 사건이 발생한지 약 2주 만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4월 17일 상벌위원회가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충분한 숙의없이 징계를 결정한 점.
넷째, 학생들의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칙 상의 최고형인  출교 조치를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단심으로 확정지은 점.

 징계가 결정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고려대학교에는 학생 징계를 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이 난무하고, 왜곡된 정보에 근거한 견해들이 정체모를 단체의 이름으로 남발되고 있다. 우리 교수들은 고려대학교에 이성적 사유와 건강한 소통이 사라지고 캠퍼스가 반지성적 권력의 공간으로 피폐해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가르치는 이로서의 교수와 대학당국이 고려대학교 공동체에서 발생한 모든 사태에 대해 무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통감한다. 이에 우리는 개방적 대학 행정과 자유롭고 지성적인 대학 문화를 복원하고, 교착 상태에 있는 학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다음 사항을 요청하고자 한다.

 一. 4월 5일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은 징계철회를 요구하기에 앞서 고려대학교 공동체에 정중히 사과하고 본관 앞 천막농성을 중단하여야 한다.  

 一. 4월 5일 사건과 직접 결부된 처장단 교수들은 불미스러운 사태의 당사자이자 교육자로서 행정적·도의적으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一. 학교 당국은 학내외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성과 합리성, 공정성에 기초해 학생 징계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一. 교수평의원회는 학생 징계와 관련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4월 5일 사건과 징계 절차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一.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은 사실에 바탕을 둔 판단과 평가로 하루빨리 고  려대학교를 정상화하는데 합심해야 한다.

  
   2006년 5월 30일

학내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문과대학 교수

강충룡, 김경현, 김언종, 김재혁, 김준호, 김철규. 김충영, 김형찬, 민경현, 민용태, 박길성, 박용운, 박원호, 배지완, 서연호, 손병석, 송상기, 심경호, 유희수, 윤인진, 윤재민, 윤조원, 이상신, 이승환, 이재학, 이진한, 이희경,임인숙, 임홍빈, 장용석, 장효현, 전준택, 전형식, 정병호, 정태헌, 조규형, 조대엽, 조명철, 조성택, 최관, 최광식, 최덕수, 최용철, 하종호 등 44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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