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오전 10시부터 징계자를 포함한 30여명의 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학교의 농성장 철회요구에 항의하는 집회를 진행 중이다.

이번 집회는 김진성 총무처장이 출교자들에게 ‘학교의 정상업무에 방해가 되는 농성장을 철거해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낸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공문의 내용에 항의하기 위해 본관을 찾았다. 학생들은 10시 경부터 처장단에게 대화를 요구하며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본관의 직원들이 앞문과 뒷문을 가로막아 본관에 들어가는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본관 직원들이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뒷문의 창이 깨지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본관에 진입하려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본관 직원들의 몸싸움이 계속됐다.

○○○ 귀하 (○○○는 출교자의 이름을 뜻함)

귀하는 지난 2006년 4월 20일 이후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플랭카드를 걸어두어 본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교는 지난 4월 27일자로 텐트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노력한바 있으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다시 한 번 본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텐트를 즉시 철거하여 줄 것을 요청드리는 바이며,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향후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교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6월 8일
고려대학교 총무처장 김 진 성

해결없이 대치상황에 놓인 시위는 홍보처 직원과 학생들의 다툼으로 격화됐다. 본교 홍보처의 한 직원이 집회의 학생들을 촬영하자, 학생들이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직원의 카메라가 파손됐고, 이에 흥분한 직원과 학생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직원은 “왜 카메라까지 손상시키느냐”며 보상을 요구했다. 직원과 대치했던 서범진 씨는 “당연히 보상해드리겠지만, 투쟁 중이므로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으니 나중에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직원은 지금 보상해달라며 주장했고, 서 씨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해 타협점을 잡지 못한채 사태는 악화됐다.

   
학교 직원과 출교자 서범진 씨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련의 사태에 서 씨는 “오늘 우리가 제대로 투쟁을 하지 않으면 방학 때 학생들 몰래 농성장을 철거할 것이다”며 “처장님들은 존중받는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대화조차 해주지 않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강영만, 김지윤 씨와 학교 직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집회의 중간에는 몇몇 학교 직원들이 출교대상자인 강영만, 김지윤 씨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공문을 왜 아전인수 식으로만 해석하려 하느냐"며 "집회를 풀고 조용히 대화하자"고 했다. 그러나 강 씨와 김 씨는 "예전부터 집회를 풀었다고 대화해 준 적이 있느냐"며 "우리가 해석한 내용이 잘못됐으면 해명해주면 될 일"이라고 답했다.

오후 12시 경에는 전국대학노동조합의 강영선 본교지부장이 방문했다. 강 지부장은 학생들에게 "조합에라도 연락을 줘서 학교 측에 순차적으로 전달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서로 흥분하면 감정이 격해져 해결이 더 어려워지므로 차근차근 대화를 시도하고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1시에는 본관 안에 있던 장동식 관리처장이 학생들에게 집회를 해산해줄 것을 부탁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처장들과 대화하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장 처장은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항상 이런 식의 집회를 열며 대응을 하니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오후 4시) 여전히 집회에서 학교 측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으며, 고착상태에 놓여있다. 오후 2시 20분경부터 학생들의 구호 등 항의는 다시 시작됐고, 이는 학교의 반응이 없는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농성장을 철회하라는 학교 측의 공문

○○○ 귀하 (○○○는 출교자의 이름을 뜻함)

귀하는 지난 2006년 4월 20일 이후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플랭카드를 걸어두어 본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교는 지난 4월 27일자로 텐트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노력한바 있으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다시 한 번 본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텐트를 즉시 철거하여 줄 것을 요청드리는 바이며,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적법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향후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교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6월 8일
고려대학교 총무처장 김 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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