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에서 ‘여성파워’의 비약적인 발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학사회에서 여성주의는 하나의 담론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고, 이와 관련한 운동도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제 ‘남존여비’로 대변되던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로 변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변화의 한편에선 여성운동의 결과로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여성주의 남성 집단의 대거 등장과 얼마 전 크게 이슈가 됐던 신조어 ‘꼴페(꼴통 페미니스트)’는 이를 반영하는 사례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를 패러디해 개설했다 폐쇄된 ‘남성가족부’는 짧은 시간동안 가입자 수가 폭증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홈페이지는 △“남자가 쪼잔하게” 등 남성 비하발언 여성 즉결 구속법 추진 △남성을 음흉하게 쳐다만 봐도 사법처리 가능한 법 제정 등의 패러디 정책을 내걸어 많은 남성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다른 남성 집단인 ‘한국남성협의회’ 또한 △서명운동 △탄원서 제출 △회장의 서울시장 출마 등 집단행동의 모습을 점차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가입자 수가 7000명이 넘는 ‘남성해방’ 등 인터넷 카페를 통한 남성 집단의 형성은 5년 전만 해도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 여성가족부를 패러디해 만들었다가 폐쇄된 남성가족부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반여성주의 남성 집단들은 공통적으로 ‘남성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주의운동이 역차별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역차별의 예로는 ‘군가산점제 폐지’와 ‘세계의 두 나라에만 존재하는 여성부’를 들고 있다. 법 조항을 분석하여 ‘남성이 하면 위법, 여성이 하면 합법인 성차별적 법률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반여성주의 남성 집단들은 비이성적인 행태로 역차별에 대한 건전한 담론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집단은 페미니즘을 부정적인 단어로 일반화시키고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를 고착화 시키는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인터넷 상의 반여성주의 남성 집단들이 보이는 행태는 대체로 ‘집단 극단화’ 현상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자들은 한번 맛을 들이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릅니다. 얼마나 편합니까. 그냥 누워있으면 돈이 생기고. 솔직히 그런 여자들 직장 마련해주고 재활의지 북돋아 주어도 다시 생식기대여업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은 한 반여성주의 남성집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이다. 여성에 대한 비하발언과 근거 없는 주장을 여과 없이 펴고 있지만 이 글은 삭제되기는커녕 동조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남성들이 기득권을 뺏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덕효 한국인권뉴스 대표는 “이를 소위 ‘나쁜 남자’들의 소행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한 대담에서 그는 “성과 관련된 이슈가 등장하면 늘 여성계가 과민 반응하고, 한국 남성들을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성범죄, 성매매, 성폭력 집단인 것처럼 매도한다”며 현재의 여성계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었다.

정채기 한국남성학연구회회장 또한 대담에서 “여성계가 이를 단순히 마초들의 집단 행위로 본다면 남성들 역시 여성 집단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고, 악순환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사실 양성평등이 되려면 남녀가 치열하게 싸울 부분이 있지만, 이제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성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주의 측에선 여성주의에 대한 남성의 반발에 대해 우려와 비판, 그리고 자성이 공존한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남성 집단의 반발과 관련해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면 여성운동은 망한다”며 “여성운동은 남성들의 고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 있는 반발이라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여성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재생산 하는 반여성주의 남성 집단의 행태는 큰 문제다. 양성평등 사회를 전제로 한 반여성주의와 역차별 대한 건전한 담론은 여성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고, 논리적인 비판이 뒤따라야 형성될 것이다. 한편 여성계는 이러한 사회현상을 ‘나쁜남자’의 소행으로의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 진지한 자기성찰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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